베르메르의 그림 속 숨겨진 광학 장치의 비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편지를 쓰는 여인’ 등으로 유명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 그의 그림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마치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정밀함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이 정밀함이 단순한 화가의 재능만으로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광학 장치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의 흔적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는 렌즈와 작은 구멍을 통해 외부의 이미지를 내부 벽에 투사하는 장치입니다. 17세기에도 이 기술은 알려져 있었으며, 화가들이 원근법과 빛의 방향을 파악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으로 정확한 초점과 색수차, 빛의 번짐 현상은 바로 이 장치의 사용을 암시합니다.
디테일 묘사의 과학적 근거
빛의 굴절, 산란, 그림자 각도 등 베르메르의 회화는 광학적으로 매우 정밀합니다. 일부 세부 묘사는 육안으로는 어려운 수준으로, 렌즈를 통한 관찰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레이스 뜨는 여인’의 손가락 움직임이나 광택 있는 유리창에 반사된 외부 이미지는 눈보다 정밀한 기계적 관찰의 결과로 보입니다.
톨버트와 팀 제닉스의 실험
2000년대 초, 발명가 팀 제닉스는 광학 장치를 이용해 ‘음악 수업’이라는 베르메르의 작품을 그대로 모사했습니다. 그는 렌즈, 거울, 화면을 조합한 장치를 이용했고, 실제로 비슷한 정밀도와 톤의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이 실험은 베르메르가 실제로 광학 장비를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었고, 미술계에도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기술인가, 예술인가
베르메르가 어떤 장치를 사용했든, 그 결과물이 주는 미적 감동은 여전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림의 주체는 여전히 화가입니다.
‘빛의 화가’라 불리는 베르메르. 그가 남긴 그림 속에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경계,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작은 미스터리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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