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되지 않는 고대 언어의 암호, ‘보이니치 사본(Voynich Manuscript)’ | 15세기 미스터리 문서, 수백 년간 그 누구도 풀지 못한 언어의 비밀

보이니치 필사본: 해독되지 않는 고대 언어의 암호

인류가 수백 년 동안 해독하지 못한 책이 한권 있습니다. 바로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입니다. 

이 책은 그냥 보기에는 오래된 식물학 노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와, 존재하지 않는 식물들에 대한 삽화,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천문학적 도형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수많은 언어학자, 암호학자, 심지어 AI까지 달려들었지만, 그 누구도 완벽하게 풀지 못한 신비의 책입니다. 

이 글에서는 신비로운 고대 문서의 정체와 역사, 그리고 현대까지 이어지는 해독 시도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보이니치 필사본은 ‘언어학의 미스터리’, ‘암호학의 로제타 스톤’이라 불릴 정도로 인류의 해독 능력을 시험한 유일무이한 고대 문서입니다.
보이니치 필사본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보이니치 필사본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보이니치 필사본의 정체와 구성

사본은 약 240여 페이지 분량으로, 식물·천문·해부·약학·우주 등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며 모두 미상의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이 사본은 현재 미국 예일대학교 바인키 희귀서고(Beinecke Rare Book & Manuscript Library)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책의 크기는 약 23cm × 16cm, 페이지 수는 약 240쪽. 가죽 표지로 제본되어 있고, 양피지(동물 가죽)에 글이 쓰여 있습니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 제작 시기는 1404년에서 1438년 사이로 추정됩니다.

보이니치 필사본의 특징은 그림만 봐도 “이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옵니다. 각 페이지에는 현실에서는 본 적 없는 식물, 이상한 배치의 별자리, 복잡한 원형 다이어그램, 알몸 여성들이 욕조 같은 데 떠 있는 그림이 등장합니다. 

 문자도 특이하죠. 로마자도, 히브리어나 아랍문자도 아니며, 완전히 미지의 문자체계입니다. 게다가 글자들이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언뜻 보면 문법적으로 일관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더욱 미스터리합니다.

필사본의 주요 구성

  • 식물학 섹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식물들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음.
  • 천문학 섹션: 별자리, 달의 위상, 복잡한 원형 다이어그램 포함.
  • 생물학 섹션: 알몸 여성들이 연결된 관을 통해 액체가 흐르는 듯한 구조 묘사.
  • 약학 섹션: 약초 추출 과정처럼 보이는 그림들과 병의 삽화.
  • 텍스트 섹션: 미지의 언어로 빽빽하게 기록된 문장들.

처음 보는 사람은 “이거 외계인의 노트 아닌가요?”라고 할 정도로 독특합니다. 

보이니치 필사본 약초학 부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보이니치 필사본 약초학 부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누가, 왜 만들었을까?

보이니치 필사본의 제작자는 미상이며, 제작 의도 또한 전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가설이 존재하죠.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보이니치 필사본은 1912년에 폴란드계 서적상 윌프리드 보이니치(Wilfrid Voynich)가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죠. 하지만 사본의 진짜 제작자는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유력한 가설들

  • 연금술사의 비밀 노트설: 15세기 유럽의 연금술사들이 비밀 지식을 기록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암호화했다는 주장.
  • 중세의 장난설: 실제로는 아무 의미 없는 문장으로 구성된 ‘지적 사기극’이라는 견해.
  • 외계 언어설: 인류의 언어 체계와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외계 문명과의 연관을 제기.
  • 여성의 건강서설: 삽화 속 여성의 신체와 약초, 별자리 등을 통해 고대 여성의 생리 주기나 치료법을 기록한 자료라는 주장.

보이니치 필사본 생물학 부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보이니치 필사본 생물학 부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해독 시도의 역사

보이니치 필사본은 500년 동안 수백 명의 언어학자, 암호 전문가, 심지어 CIA 해독팀까지 동원됐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와 기관이 도전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실제로 미국 국방부 암호 해독 전문가들이 사본을 분석하기도 했죠. 하지만 결과는 늘 같았습니다. — “문법은 존재하지만, 언어는 없다.”

유명한 해독 시도들

  • 윌리엄 뉴볼드(1921): 암호화된 라틴어라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오류로 판명.
  • 존 틸튼(1940s): 중세 약초학 암호라고 추정했으나 구조 불명확.
  • 고든 러기(2004): 무작위 생성 알고리즘으로 만든 ‘가짜 언어’ 가능성을 제시.
  • AI 해독(2018~현재): 인공지능이 히브리어나 고대 터키어와 유사한 패턴을 포착했다는 연구 결과.

2018년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 연구팀은 AI로 텍스트를 분석해 ‘히브리어를 기반으로 한 암호 문서’일 가능성을 발표했지만, 곧 다른 연구자들이 “AI가 단어를 임의로 해석했을 뿐”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즉,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해독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보이니치 필사본 생물학 부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보이니치 필사본 생물학 부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보이니치 필사본의 언어적 특징

사본의 문자는 일정한 규칙성과 반복 패턴을 지니며, 실제 언어 구조를 모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본이 단순히 ‘엉터리 낙서’가 아니라는 근거는 바로 그 통계적 일관성에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사본의 글자 출현 빈도를 분석했는데, 놀랍게도 인간 언어의 확률 분포와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즉, 누군가 언어 구조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뜻이죠.

텍스트의 구조적 특징

  • 문장마다 특정 접두어나 접미사가 자주 반복됨
  • 같은 문자가 비슷한 문맥에서 등장함
  • 자음보다 모음 역할을 하는 글자가 많음
  • 단어 길이의 평균이 일정함 (5~7글자 정도)

그래서 학자들은 이 언어를 “보이니치어(Voynichese)”라 부릅니다. 실제 언어가 아니라면 이렇게 정교한 규칙이 있을 리 없죠. 마치 누군가 언어학적 실험을 위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한 듯한 느낌입니다.

AI 시대, 다시 불붙은 해독 경쟁

AI의 등장은 보이니치 필사본 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찾지 못한 패턴을 찾아낼 가능성이 생긴 것이죠.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의 자연어 처리 기술(NLP)이 도입되면서 연구가 다시 활발해졌습니다. AI는 사본의 문장 구조를 언어 모델에 대입해 “어떤 언어와 가장 비슷한가”를 분석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대 터키어, 일부에서는 로망스어 계열과의 유사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데이터입니다. 보이니치 필사본은 너무 짧고, 예시가 적기 때문에 AI가 학습하기엔 ‘언어 샘플’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도 “이건 언어다”라고는 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여전히 모르는 셈이죠.

보이니치 필사본을 직접 보고 싶다면

보이니치 필사본의 원본은 예일대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지만, 예일대학교 공식 웹사이트에서 디지털 버전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건 인간이 만든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마무리: 해독되지 않아 더 아름다운 책

보이니치 필사본은 해답보다 ‘질문’을 남깁니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지식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500년 넘게 인류는 이 책을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그 의미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해독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여전히 상상할 수 있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해독해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순간, 어쩌면 이 책의 ‘마법’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보이니치 필사본은 인간의 호기심, 언어의 경이로움, 그리고 미스터리에 대한 끝없는 열망을 상징합니다. 해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미스터리를 즐기는 것도 인간만의 특권 아닐까요?


참고 및 관련 링크

보이니치 필사본 소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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